‘다단계 기업’ 중국 강타
  • 베이징 · 정유미 통신원 ()
  • 승인 2005.11.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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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웨이 등 직판 업체 ‘대박’…직판 요원 인기 급상승

 
지난 10월29일은 1963년 미국에서 창립한 직접판매 화장품 브랜드 ‘메리케이’가 중국에 들어온 지 10년이 되는 날이었다. 이날 중국 산둥성 옌타이시의 메리케이 지점에서는 성대한 기념행사가 열렸다.

행사의 하이라이트는 뛰어난 실적을 올린 직접판매요원(뷰티 컨설턴트)들이 회원들 앞에서 성공담을 발표하는 시간이었다. 남다른 성공을 이루기까지의 힘들었던 과정들과 현재 누리는 풍요로운 생활에 대해 울먹이며 얘기하자 듣고 있던 직판 요원들도 대부분 눈시울을 붉혔다.

다음은 회원들이 자발적으로 나와 각자의 인생 목표를 발표하는 시간. 스무살 남짓한 대학생부터 중년 여성에 이르기까지 너나 할 것 없이 앞으로 나와 인생 목표를 얘기하기 시작했다. “저희 집은 가난한 농촌입니다. 메리케이에서 꼭 돈을 많이 벌어서 평생을 가난하게 살아온 부모님에게 좋은 집과 차를 선물하고 싶습니다. 이제 갓 대학을 졸업한 23세 마오진이엔씨가 눈물을 글썽이며 얘기하자 앞서 성공담을 발표했던 직판요원이 나와 꼭 껴안고 격려해주었다.    

암웨이 매출액, 6년간 120배 늘어

직접판매 다단계 기업이 중국 전역을 강타하고 있다. 암웨이, 에이본, 메리케이, 뉴스킨, 허벌라이프 등 중국에 자리잡은 직접판매 기업만 모두 10여 곳. 특히 직접 방문 판매방식을 금지했던 중국이 12월부터 이를 허용하기로 결정하면서 현재 허가를 기다리는 업체만 20여 곳이다. 중국은 지난 1998년 4월부터 피라미드 판매 등 불법 행위를 막기 위해 국내외 기업의 무점포 직접판매 활동을 전면 금지해왔다.

이번 직판 시장 개방은 다른 나라와는 달리 제한적이다. 판매원 간 단계별로 커미션을 제공하는 정통 다단계 판매 방식을 금지하고, 방문판매나 소매점 영업을 통해 판매하는 방식만을 허용한 것이다. 이미 중국에는 암웨이, 에이본 등 10여개 업체들이 정부와 타협을 맺고 소매점 형식으로 영업을 해오고 있다.

현재 중국의 직접판매 시장은 암웨이와 에이본이 독점하다시피 하고 있다. 1998년에서 2004년까지 6년 동안 암웨이 중국법인의 매출액은 약 1백20배 성장했으며, 올해 성장률도 50%를 초과할 것으로 전망된다. 암웨이는 최근 LG전자, 현대자동차, 후난TV 등과 함께 중국 유력 경제주간지인 <중국경영보>의 ‘2005년 탁월기업’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미국 암웨이 본사는 중국의 직접 판매가 합법화되면 중국 전역에 50개의 소매점을 확충하고 1억2천만 달러까지 대중국 투자를 확대할 방침이다.

세계에서 가장 큰 화장품 직판회사인 에이본은 1998년 직판 금지 조치 이후 약 8천개의 매장을 직간접적으로 설치, 운영하며 영업력을 키우고 직판 금지 해제를 기다려 왔다. 에이본은 특히 고급 백화점, 대형 할인점 슈퍼마켓 등 황금 입지에 입점해 소비자들의 발길을 잡고 있다. 직접판매에 대비해 현재 베이징, 톈진 및 광저우의 3개 지역에서 3천명의 영업인력을 선발하고 7백만 달러의 투자 계획을 집행중이다.  

 
에이본과 메리케이, 뉴스킨은 세계 수십개국에 진출한 미국의 3대 화장품 직접 판매 기업이라는 점에서 자본주의를 상징하는 미국과 상극이었던 중국의 변화 모습을 엿볼 수 있게 한다.

직접 판매가 허용된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일확천금의 꿈을 품은 중국인이 너도 나도 직판회사에 뛰어드는 실정이다. 잘 다니던 직장을 그만 두고 직판요원으로 나선 엘리트들도 수두룩하다. 주기적으로 열리는 회원 집회는 마치 공산당원 집회를 방불케할 정도로 열기가 가득하다.

랴오닝성 다롄시에서 5성급 호텔 지배인으로 근무하다 사직하고 4달 전부터 암웨이 판매원으로 일하는 펑요우란씨는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바쁜 생활에 지쳐가던 중 암웨이를 알게 됐다. 수입은 예전 수준에 크게 못미치지만 삶의 여유와 함께 희망도 찾은 것 같다”고 털어놓았다.

최고 엘리트들도 직판 회원으로 나서

직접 방문판매가 아직 허용되지 않은 11월부터 이미 대형쇼핑몰이나 거리에는 직판요원들이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다. 칭다오시 중심가에 있는 까르푸 매장. 흰색 정장을 말끔하게 차려입은 한 여성이 옷을 고르던 20대 중반 여성에게 다가간다. “피부가 정말 좋으시네요”라고 말을 건네며 환심을 산 후 곧이어 좋은 피부를 오래도록 유지하기 위해서는 어떤 종류의 화장품을 써야 하는지 장황하게 설명하기 시작한다. 화장품 회사 뉴스킨에서 나온 직판요원이다.

 
물론 허황된 꿈을 안고 다단계 회사에 발을 들여놓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학업을 중단하고 직판요원으로 나선 대학생이나 농촌 가정을 등지고 나와 도시로 가는 주부도 늘고 있다. 외국인을 비롯해 공무원, 대학생, 의사, 군인 등 7개 직업 종사자는 직판요원으로 활동할 수 없도록 규정했지만 실제로 이를 엄격하게 지키는 경우는 거의 없다. 등록비 마련을 위해, 해외여행을 가기 위해 등 갖가지 이유로 대학생들이 직판회사에 가입하는 실정이다. 한국에 약혼자가 있는 25세 왕훼이잉씨는 실적이 높으면 한국으로 한달 동안 해외출장을 갈 수 있다는 말에 메리케이 직판요원으로 나서 주말도 반납한 채 방문 판매에 주력하고 있다. 

7년여만의 직접 방문판매 시장 개방. 직접 판매 기업들에게 중국은 황금시장이자 성장 엔진의 중심이나 다름없다. 앞으로 신규업체의 진출이 크게 늘면 전체 시장규모가 1년 내에 7조5천억원 이상으로 확대될 것으로 추정된다. 경제 전문가들은 인적 관계인 ‘꽌시(關係)’를 중시하는 중국인의 특성상 직접판매 영업은 중국시장에 가장 적합한 판매 방식이라고 분석한다. 직접판매 시장의 폭발적인 성장은 직판기업뿐만 아니라 자본주의의 위력을 몸소 체험하고 있는 중국 국민에게도 새로운 도전이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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