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익에는 ‘혈안’ 세금에는 ‘백안’
  • 안은주 기자 (anjoo@sisapress.com)
  • 승인 2005.10.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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론스타, 14개국에서 부동산·채권 사냥…아시아가 전체 투자의 50%

 
론스타와 외환은행의 잘못된 만남은 끝을 향해 달리고 있다. 론스타의 보유 지분 매각 제한이 풀리는 11월부터 론스타는 외환은행을 다른 주인에게 팔아넘길 수 있다. 론스타는 외환은행 매각 계획은 없다고 잘라 말하지만, 펀드의 속성상 외환은행의 영원한 주인으로 남을 가능성이 희박하다. 펀드는 5년 안에 투자금을 회수해야 하기 때문이다.

론스타 펀드가 처음 설립된 것은 1991년이다. 존 그레이켄 회장이 미국 텍사스 주 댈러스에서 론스타 펀드를 설립했고, 이 펀드는 현재 네 번째 펀드를 운영하면서 14개국에서 활동한다. 주로 부동산이나 구조조정 기업에 투자하는 이 펀드는 전세계에 6천여건, 1백80억 달러의 부동산 관련 자산을 보유하고 있다. 일본·한국을 비롯한 아시아가 전체 투자의 50%를 차지한다. 일본에서는 일본채권은행과 노무라증권에 8조 엔을 투자했고, 도쿄쇼와은행(현 도쿄스타뱅크)을 인수하는 데 2조 엔을 투자했다. 타이완에서도 제일무역은행에 3백34 타이완 달러를 투자한 바 있다.

한국에는 1998년 진출한 뒤 외환은행·극동건설 같은 기업과 스타타워 등의 부동산에 7조원 가량을 투자해 왔다(표 참조). 외환위기 때 쏟아져 나온 부실 채권을 10~18% 수준에서 사서 이를 비싼 값에 되파는 방식으로 한국 시장에서 수익을 많이 올렸다. 또 강남 스타타워빌딩, 여의도 동양증권빌딩과 SKC빌딩 등 부동산에 투자해 얻은 시세차익만 4천7백억원이 넘는다. 론스타는 한국내 관련 회사만 16개에 이를 정도로 한국 자금 시장에서 큰손이다.

재일동포 스티븐 리가 한국 투자 주도

그러나 이 펀드는 법률망을 요리조리 피해 가며 한국 정부에 세금을 거의 내지 않았다. 대형 투자처가 생기면 곧바로 버뮤다 등 조세회피 지역에 페이퍼컴퍼니를 만든 뒤 다시 여러 나라를 경유하는 6~7단계의 복잡한 출자구조를 만들어 세금을 피한 것이다. 외환은행을 인수할 때도 같은 방법을 사용했기 때문에 외환은행을 매각해 막대한 시세차익을 얻는다 해도 한국에서 세금을 낼 가능성은 희박하다.

한국에서의 론스타 투자는 재미 동포인 스티븐 리(36·한국명 이정환)가 거의 주도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미국 UCLA 대학을 졸업한 뒤 하버드에서 MBA를 마친 스티븐 리에 대해서는 거의 알려져 있지 않다. 한국말이 유창하지 않고 부인과 열 살 안팎인 두 아들이 미국에 거주하고 있다는 정도만 알려져 있다. 그는 언론과의 접촉도 일절 없어 얼굴도 알려져 있지 않았다. <시사저널>이 처음 그의 사진을 공개하는 것이다.
현재 론스타의 한국 내 사업은 유회원 론스타코리아가 총괄하고 있고, 스티븐 리는 국세청의 세무조사 결과가 발표되기 전인 9월28일 론스타를 사임하고, 현재 미국에 체류 중이다. 하지만 검찰 조사 결과에 따라 처벌받을 가능성도 있다. 스티븐 리와 론스타코리아의 불법 행위가 드러나면 외환은행에 대한 권리에도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외환은행은 잘못 입양되는 바람에 이래저래 홍역을 치르고 있는 셈이다. 외환은행 노조의 한 간부는 “론스타는 외환은행을 인수한 뒤 은행의 장기적인 비전과 전망을 제시하기보다는 단기적인 성과와 실적을 올리는 데만 급급했다. 그 과정에서 외환은행의 공공성이 떨어졌고, 한국 경제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는 정부 차원에서 은행 소유 구조에 대한 깊이 있는 대안이 나와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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