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사모, 올해도 ‘홍역’
  • 차형석 기자 (cha@sisapress.com)
  • 승인 2005.10.17 00:0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대표일꾼 선거 전후해 정파 갈등 깊어져…‘휴면 회원’ 활성화도 큰 과제
 
노사모 신임 대표일꾼(대표)으로 노혜경 전 청와대 국정홍보비서관이 선출되었다. 노혜경 대표는 10월3~9일 온라인 선거에서 투표수 2천57표 가운데 1천47표(50.9%)를 얻었다. 노사모 안에서는 ID가 꽤 알려진 후보 여섯 명이 출마했지만 노혜경 후보의 대중적 인지도가 가장 높았다.

노혜경 대표가 과반수 지지를 얻어 당선했지만 선거전을 전후해 노사모는 한바탕 홍역을 앓아야 했다. 선거 기간에 정파 갈등이 게시판에서 불거진 것이다. 열린우리당의 정파 조직인 국민참여1219(국참)와 참정연 등이 특정 후보를 지지한다는 ‘댓글 소문’이 퍼지면서 ‘정치 후보 논쟁’이 벌어진 것이다. 두 단체가 노사모 선거와 무관하다고 발표했지만 소문은 잦아들지 않았다. 선거가 끝난 후에도 댓글 싸움이 계속되었다.

투표율(1.9%)도 저조한 편이었다. 노사모 등록 회원이 11만명에 가까운데  투표자는 2천여명 수준이었다. 지난해 7기 대표 선거 때 투표자가 3천3백여 명이었는데 그보다 떨어졌다. 한 후보의 핵심 관계자는 “대표 선거 투표율은 예년에도 낮았다고는 하지만, 지난해 선거(3명 출마) 때보다 선거전이 더 치열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번 투표율은 예상보다 낮다. 그동안 노사모가 위축했던 것을 반영한다”라고 말했다.

선거 이후 노사모가 논란을 벌이는 이면에는 노사모 위상을 바라보는 인식차도 자리잡고 있다. 이번 선거에 주도적으로 참여했던 한 노사모 회원은 현재 논란이 분분한 노사모 안의 지형도를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활동을 열심히 하는 노사모 회원들 가운데는 ‘노사모가 확고한 대통령 지지 세력으로 가야 한다’는 의견이 다수다. 그런데 이들 사이에는 열린우리당 내부 정파간 앙금이 그대로 옮겨와 있다. 반면 이번 투표에서도 알 수 있듯이 11만에 이르는 ‘범 노사모’ 가운데는 ‘휴면 노사모’가 많다. 이들 가운데는 정치적 편향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많다. 가령 이라크 파병 같은 사안에 대해서는 노사모가 비판 세력으로 남아야 한다는 것이다.”

노혜경, ‘강고한 지지세력론’으로 당선

실제로 이번 선거에서 한 후보는 ‘노사모 대표가 되면, 대표 제도 자체를 없애겠다’는 공약을 내걸기도 했다. 대표 제도 자체가 회원들의 자발성과 다양성을 살리는 기능보다는 노사모의 정파성을 편향적으로 몰아가는 역할을 했다고 본 것이다.

이에 비해 노혜경 대표는 ‘강고한 결사체론’에 가깝다. ‘강고한 지지세력론’은 결과적으로 이번 선거에서 과반수 지지를 얻으면서 탄력을 얻었다.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지지도가 낮고 노사모 활동도 이전만 못한 것 아니냐는 질문에 노혜경 대표는 “노사모가 위축되어 있는 부분이 있다. 참여정부도 정책을 수행하는 데 정권 초기보다 더 어려울 수 있다. 하지만 이제야말로 참여정부의 성공을 위해서 ‘노무현’을 이해하는 사람들이 깃발을 들 필요가 있다”라고 말했다.

노혜경 대표는 “노사모가 대통령의 어젠더를 사회적 논쟁으로 엮어내는 일이 중요하다”라고 말했다. 대통령 선거 당시에는 노사모 안에서 평범한 회원들이 정치 이슈과 사회 현안에 대해 활발한 토론을 벌였는데, 요즘은 예전만 못하다는 것이다. 노혜경 대표는 “임기 1년 동안 노사모 안에 공부하는 분위기를 조성하는 일에 주력하겠다”라고 말했다. 당선 직후 노대표는 ‘공부 자료’로 ‘국민대통합 연석회의’를 제안한 대통령 시정 연설문을 게시판에 올렸다.

많은 노사모 회원들은 이번 내부 진통이 대표 선거를 치르고서 으레 앓아 온 연례 행사이기 때문에 오래가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논란이 누그러진다 하더라도 주력 활동가들 사이의 정파 갈등 문제와 ‘휴면 노사모’를 어떻게 활성화할 것인가 하는 문제는 여전히 잠복 상태로 남기 쉽다. ‘노무현 안에서 다시 하나 되는 노사모’라는 노혜경 대표의 공약이 이루어질지도 다양한 흐름을 어떻게 묶어내느냐에 달린 것으로 보인다.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