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청에 하청이 화 불렀다
  • 신호철 기자 (eco@sisapress.com)
  • 승인 2005.10.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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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상주시→협회→경호업자→경호업체 ‘5중 하청’…비리·부실은 당연지사

 
MBC는 상주시청에, 상주시는 국제문화진흥협회에, 국제문화진흥협회는 경호업체에... 지난 10월3일 상주 자전거축제 참사의 특징은 책임 소재가 너무나 복잡하다는 점이다. 행사 주관사인 MBC(MBC측은 주관사가 아니라고 함)에서 말단 경호직원에 이르기까지 업무 분담은 하청에 하청을 거쳐 무려 5중 하청 구조로 이루어져 있었다. 이런 떠넘기기 구조가 바로 압사 사고의 원인이었다.

하청 피라미드의 가장 꼭대기에는 MBC가 있다. MBC는 9월22일 상주시와 계약을 체결하며 공연장 안전·경비 문제는 상주시에 맡겼다. 1차 하청인 셈이다. 상주시는 9월19일 공연기획사 국제문화진흥협회(협회)에 1억원을 주고 대행 계약을 했다. 공연장 안전 문제는 협회 몫이 되었다. 2차 하청이다.

국제문화진흥협회는 사단법인이어서 수익 사업을 할 수 없다. 그래서 유닉스커뮤니케이션이라는 자회사를 세웠다. 여기서 3차 하청이 이루어진다. 유닉스커뮤니케이션은 다시 2천만원에 경호업자 이 아무개씨(37)와 4차 하청 계약을 맺었다. 마지막으로 경호업자 이씨는 광주시 오치동에 소재한 경호업체 K와 5차 하청 계약을 맺었다.
이렇게 하청에 하청을 거듭하는 동안 책임 소재가 모호해졌다. MBC 홍보실은 “무료 초대권에 주관사를 MBC로 표기한 것은 국제문화진흥협회의 명백한 명의 도용이다. 우리는 자전거 축제 중 한 행사를 지원한 것뿐이다”라고 말한다. MBC는 공연해 주는 대가로 제작비(협찬금) 1억3천만원을 받았다. MBC 주장대로라면 하청 피라미드의 꼭대기에는 상주시청이 있는 셈이다.

상주시에서 아래로 내려가는 하청 구조는 비리로 얼룩져 있다. 협회 대표 김완기씨는 김근수 시장의 매제(여동생의 남편)였다. 김완기씨는 얼굴 마담에 불과했고 협회를 운영한 실세는 부회장 황 아무개씨(41)였다.

매제와 처남 사이에 결탁 의혹이 끊이지 않는다. MBC측은 “상주 현장 답사 직후와 공연 당일 등 세 번이나 안전 문제를 제기하며 행사를 취소하려고 했지만 그 때마다 상주시가 나서서 안전을 보장했다”라고 말한다. 지난 9월5일 자전거 축제 주무 부서인 새마을과 과장이 상주시 동성동장에 자원해 물러난 것과 관련해 일각에서 ‘무리한 행사 진행에 반대한 전직 과장을 좌천시키고 측근인 시장 비서실장 출신 과장을 앉혔다‘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이에 대해 전 새마을과장(현  동성동장)은 “인터뷰하지 않겠다. 말을 할수록 오해가 생긴다”라며 회피했다. 경찰은 상주시 새마을과 계장이 국제문화진흥협회로부터 1백60만원을 받은 사실을 확인하고 추가 비리를 수사 중이다.

경호업체가 받은 돈은 30만원이 전부

2차·3차 하청의 키워드가 ‘비리’라면 4차·5차 하청의 키워드는 ‘부실’이다. 경호업자 이씨는 유닉스커뮤니케이션과 계약을 맺으며 자신을 ‘강한경호’ 대표라고 소개했다. 하지만 강한경호는 세금을 체납해 면허가 취소된 경호업체다. 실제 현장에서 경비 업무를 했던 경호원들은 강한경호의 후신인 K업체 직원들이었다. K업체 사무장은 “MBC 가요 콘서트 경비는 예정에 없던 업무였다. 우리가 안 해도 되는 일을 이씨가 사정하는 바람에 억지로 나갔다”라고 말한다. 경호직원 20명은 임금을 받을 수 있을지 불확실한 상태에서 일했다. 당연히 최선을 다할 수 없었다. K업체는 현재 이씨로부터 30만원을 받은 것이 전부다. 경호업자 이씨와 협회 회장,부회장은 사고와 관련해 구속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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