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리 뺨치는 ‘엽기적 그녀’
  • 고재열 기자 (scoop@sisapress.com)
  • 승인 2005.10.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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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미 신드롬 ‘쌩쌩’…‘서민’ ‘파격’ 코드 모두 갖춘 만능 엔터테이너

 
김수미 신드롬이 스크린과 브라운관을 강타하고 있다. 지난 9월27일, <일요일 일요일 밤에>의 ‘매력인 시대’ 코너 녹화가 한창인 MBC 스튜디오. 중견 연기자 김수미씨(56)가 무대 중앙에 놓인 가장 화려한 의자에 앉아 있었다. 신동엽을 비롯한 패널 8명은 그녀를 ‘여왕’처럼 둘러싸고 앉았다. 그녀는 오락 프로그램 여성 MC로서는 최고의 대우를 받으며 이 프로그램의 MC로 합류했다.

김수미씨는 영화에서도 발군의 활약을 펼치고 있다. <위대한 유산> <간 큰 가족>에서 서막을 올린 그녀는 <가문의 위기:가문의 영광2>에서 조폭 가문의 대모로 나와 관객 5백만명 이상을 모으는 대박을 터뜨리며 확실한 흥행 배우로 자리매김했다. 여왕·조폭 보스와 함께 김수미씨는 공주 캐릭터도 선보이고 있다. 시트콤 <안녕 프란체스카. 시즌3>에서 카사노바에게 정기를 빼앗긴 이사벨 역을 맡고 있는 그녀는 ‘초로의 공주’ 역을 맡아 시청률 상승을 견인하고 있다.

영화와 시트콤 그리고 쇼 오락 프로그램에서 맹활약하고 있지만 얼마 전까지 배우 김수미의 위치는 다른 중견 연기자와 그다지 다르지 않았다. 공중파에서 위상이 약해진 다른 중견 연기자처럼 그녀도 홈쇼핑 채널에서 간장게장을 선전하며 방송 활동을 이어가고 있었을 뿐이다. 그러나 이제 그녀는 텔레비전과 스크린을 넘나드는 스타가 되었다. 심지어 네티즌들까지 젊었을 때 그녀의 사진을 찾아내 ‘알고 보면 얼짱 스타’라며 좋아한다. 무엇이 이 중년 연기자를, 그것도 실제 나이보다 열 살은 더 들어 보이는 그녀를 최고의 스타로 만들었을까?

중년층 여성의 성적 욕망 대리 발산

김수미 신드롬으로까지 번지고 있는 그녀의 인기를 분석하기 위해서는 작년 열풍을 일으켰던 이효리 신드롬을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이효리 신드롬과 마찬가지로 김수미 신드롬의 기본 코드 역시 대중에게 ‘욕망의 대리인’ 노릇을 한다는 점이기 때문이다.

 
드라마와 시트콤에서 그녀의 기본 캐릭터는 ‘욕쟁이 할머니’이다. 막되먹은 신세대를 혼내고 욕하는 것이 그녀의 역할이다. ‘매력인 시대’에서 그녀는 심지어 회초리를 들고 패널들을 때리기도 한다. 그녀의 이런 캐릭터는 신세대에게 불만을 가지고 있는 중년층 시청자에게 카타르시스를 주고 있다.

이효리와 마찬가지로 김수미씨 역시 동년배 여성의 성적 욕망을 발산하는 역할을 맡는다. <안녕 프란체스카>에서 그녀가 맡은 이사벨은 젊음을 되찾기 위해 젊은 남성의 정기를 빨아들여야 하는 역할이다. 그녀는 매번 젊고 매력적인 남성 연기자를 유혹하고 있다. 이런 행동을 통해 그녀는 중년 여성의 성적 판타지를 만족시켜 준다.

중년 시청자에게 카타르시스를 주고 성적 욕망을 충족시켜 주는 것은 텔레비전에서 큰 경제적 가치를 갖는다. 시청률 조사 기관이 분석한 결과 50대 여성의 시청률은 20대 전체 시청자의 2배에 이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젊은층의 시청률이 높았던 밤 11시대 시청률에서도 50대 여성이 차지하는 비중이 커져서, 50대가 시청률 경쟁의 최대 승부처가 되었다. <안녕 프란체스카>를 연출하는 조희진 PD는 “젊은 시청자들이 케이블 TV나 인터넷 등 뉴미디어로 빠져나가면서 중년 시청자들이 중요해졌다. 중년 시청자를 붙잡기 위해 김수미씨를 캐스팅했다”라고 말했다. 

이효리 신드롬은 전계층의 지지를 모두 끌어낼 수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김수미 신드롬이 가능하게 된 것 또한 중년 시청자말고도 젊은 시청자까지 호응했기 때문이다. 신세대들이 전통적인 부모상에서 벗어나 새로운 부모상을 추구하면서 그녀의 캐릭터는 새롭게 각광받고 있다(00쪽 상자 기사 참조).

또한 그녀는 이효리 신드롬과 마찬가지로 ‘서민 코드’와 ‘엽기 코드’를 가지고 있다. 자기 의상을 스스로 코디하는 이효리의 ‘동대문 패션’은 다른 여성 연예인들의 ‘명품 패션’과 대비를 이루며 네티즌들의 많은 지지를 얻었다. 김수미씨는 일용엄니로 닦은 서민 캐릭터에 과감한 엽기 캐릭터를 보태 젊은 시청자들의 감성까지 사로잡았다.  

그녀가 가진 연기자로서의 저력도 신드롬을 다지는 데 한몫 했다. <전원일기>에서 일용엄니 캐릭터를 구축해 낸 그녀는 시대에 맞게 자신의 캐릭터를 진화시켰다. 그녀는 주책바가지 할머니 캐릭터를 주책바가지 사모님으로, 다시 주책바가지 공주병 드라큐라로 진화시켰다. <안녕 프란체스카. 시즌3>에 그녀를 캐스팅한 송창의 PD는 “공주병 드라큐라를 능청스럽게 소화할 사람은 김수미씨밖에 없다고 생각해서 그녀를 캐스팅했다”라고 말했다.

김수미씨는 중견 연기자로서는 보기 드문 순발력을 가지고 있어서 예능 프로그램 PD들로부터 러브콜을 많이 받고 있다. <야심만만><상상 플러스> 등의 쇼 오락 프로그램에서 새로운 느낌의 웃음을 이끌어낸 그녀는 곧 <일요일 일요일 밤에> MC로 발탁되었다. <일요일 일요일 밤에> 여운혁 PD는 “관록에서 나오는 그녀의 순발력은 젊은 연예인들의 그것과 다르다. 상황을 관조하면서 한마디씩 핵심을 짚어내는 능력이 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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