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내장 겁나면 선글라스 써라
  • 전상일(환경보건학 박사, www.enh21.org) ()
  • 승인 2005.08.12 00:0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환경과 건강] 자외선 차단돼 예방 효과 커…비타민 C·E, 과일·채소 섭취도 중요
 

 여름은 눈을 찌르는 강렬한 태양빛 때문에 바깥나들이가 수월치 않은 계절이다. 젊은이들이야 모자를 쓰거나 선글라스를 끼어도 어색하지 않지만, 나이가 든 분들은 어지간해서는 이용하지 않는다. 그렇지만 나이가 들수록 오히려 모자와 선글라스에 익숙해질 필요가 있다. 바로 백내장 때문이다.

 백내장(白內障;cataract)은 눈의 수정체가 흐려져서 시력 장애를 일으키는 병이다. 명칭 그대로 눈동자의 속이 희게 보이는 것이다. 백내장에 걸리면 통증은 없지만, 마치 눈앞에 짙은 구름이 낀 듯 흐릿하게 보여서 시력도 떨어진다. 앞이 침침하고 어른거리며, 햇빛이나 전등 불빛에 눈이 부신 것도 백내장의 일반적인 증상이다. 사물이 여럿 겹쳐 보이는 복시(複視)·다시(多視) 현상이 일어나기도 한다. 전조등 불빛 때문에 눈이 부셔서 밤 운전을 못할 수도 있다. 우리 몸 어느 한 곳 중하지 않은 곳이 없지만, 특히 눈에 생긴 병이어서 더 겁이 나고 더 안타깝다. 
 백내장은 왜 생길까? 주요 원인으로는 노화와 자외선이 꼽힌다. 노화는 흔히 침침한 눈과 백내장을 동반한다. 그러나 강한 태양빛이나 선탠 램프 등에서 나오는 자외선에 과다 노출되어도 백내장에 걸릴 위험이 높다. 어부들에게 백내장 발생률이 높은 이유도 그들이 강한 자외선에 자주 노출되었기 때문이다. 녹내장이나 만성 포도막염 같은 눈병도 백내장의 원인이 될 수 있다.

독서할 때 조도 높이고 커튼 달아 눈부심 막아야

 드물지만 눈을 다친 뒤 백내장이 생기기도 한다. 당뇨병 환자들도 조심해야 한다. 또 머리에 엑스선 촬영을 많이 했거나 방사선 치료를 받은 사람도 백내장에 걸릴 확률이 높다. 유리체 절제술도 백내장과 관련이 깊다고 알려져 있다. 유리체 절제술을 받은 노인의 80%가 수술 뒤 6개월~3년에 백내장에 걸렸다는 연구 결과도 나와 있다.
 그렇다면 백내장을 치료할 방법은 없는가? 백내장으로 인한 시력 저하를 치료하는 유일하고도 효과적인 방법은 수술이다. 그렇다고 모든 환자가 반드시 수술해야 한다는 말은 아니다. 일상 생활이 얼마나 불편하느냐에 따라 선택하면 된다. 백내장 때문에 시력이 나빠지기도 하지만 진행은 느린 편이고, 그렇게 심각하지 않은 경우도 많다. 안경이나 콘택트렌즈를 껴서 떨어진 시력을 교정하면 수술을 안 하거나 늦출 수 있다.

 증상이 미미한 백내장은 조명에 신경을 쓰거나 안경을 쓰는 것만으로도 큰 불편 없이 지낼 수 있다. 정교한 작업이나 독서를 할 때는 고정된 조명 외에 추가로 등을 물체 가까이로 옮겨 조도를 높이고, 창에는 커튼이나 블라인드를 달아 눈부심을 방지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수술을 고려하기 전에 눈에 잘 맞는 안경이나 콘택트렌즈를 끼고, 도수를 자주 확인하는 것이 좋다.

 백내장을 완벽히 예방할 수 있는 공인된 방법은 없다. 하지만 몇몇 생활 습관이 백내장 발병을 늦출 수 있다. 그리 어렵지 않다. 술과 담배를 멀리하고, 모자나 선글라스를 써서 강한 햇빛을 막는 것이다. 챙이 넓은 모자를 쓰면 눈에 닿는 자외선이 50% 정도 줄어든다. 가능하면 스테로이드 계열 약물은 복용하지 말고, 비타민 C와 E를 많이 섭취하면 좋다. 매일 신선한 과일과 녹색 채소를 먹고, 종합 비타민을 꼬박꼬박 먹는 것도 도움이 된다. 시금치는 ‘자연 선글라스’라고 불릴 만큼 백내장 예방에 효험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고혈압이나 당뇨병 환자는 병 자체를 잘 관리하면 백내장도 예방할 수 있다.

 평균 수명이 점차 늘어나면서 백내장은 ‘국민 병’으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있다. 막연히 겁내고 불편해 할 것이 아니라, 젊었을 때부터 미리 대비하자. 멋들어진 선글라스와 채소로. 

www.ehn21.org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