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7의 커밍 아웃
  • 신호철 기자 (eco@sisapress.com)
  • 승인 2005.08.01 00:0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요즘세상]

 
007의 수난시대 혹은 커밍 아웃? 요즘 국내외 정보요원들의 자기 고백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 6월 전직 FBI 부국장이던 마크 펠트가 ‘내가 워터게이트 사건 정보유출자다’라고 고백했다. 4월에는 ‘내가 김형욱을 죽였다’라는 전직 중앙정보부 요원의 고백이 있었고, 5월 또 다른 요원의 반론 증언이 언론에 공개되었다.

그리고 7월에 ’이상호 X파일‘이 터졌고, 이제 국민들은 공운영·김기삼 씨 등 전직 안기부 요원의 실명까지 직접 접하게 되었다. 덕분에 ‘007 신화’는 보기 좋게 깨지고 있다. 알고 보니 그들은 악당을 무찌르는 일보다는 정치 권력의 주변을 기웃거리는 일에 더 관심이 많았다.

 
그런데 왜 지금에 와서야 그들은 입을 여는 것일까? 일단 ‘입을 열면 쥐도 새도 모르게 죽는 시절’이 지났기 때문일 수도 있다. 하지만 정보요원들의 심리적인 측면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과거에 조직을 배신하는 것은 비겁하고 명예롭지 않은 일로 여겨졌다. 반면 지금은 내부고발자를 장려하는 시대다.

커밍아웃한 정보요원들은 한결같이 ‘과거 국가를 위해 일했고 지금 국가를 위해 고백한다’고 말한다. 사회 공익에 비추어 이런 변화는 박수칠 만하다. 그런데 왜 중앙정보부 요원이었던 이상열 전 프랑스 주재 공사는 시대를 따라가지 못하고 김형욱 암살 사건에 대해 아직도 입을 다물고 있는 것일까?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