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 꺼지지 않는 아르헨티나 호텔
  • 손정수 ()
  • 승인 2005.05.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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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러 등 영향으로 관광업 ‘쑥쑥’…특급호텔 체인 ‘확장 일로’

 
경제 전반이 확연한 회복세를 나타내면서 아르헨티나 관광 사업, 특히 호텔업이 매우 활기를 띠고 있다. 지난 4월 중순, 몇년 전부터 철수설이 나돌았던 영국 힐튼 호텔이 호텔 3개를 증설한다고 발표한 데 이어, 4월 말에는 소네스타 호텔 그룹이 아르헨티나를 중심으로 남미 전역에 20개 호텔을 세운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이와 더불어 부에노스 아이레스 시 교육부는 산하 단기 직업 교육 기관의 호텔 분야 등록자가 전년에 비해 13% 증가하고 이번 학기에도 이와 유사한 증가율을 나타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아르헨티나 힐튼 호텔은 2000년 처음 부에노스 아이레스에 상륙한 후 혹독한 디폴트 파동을 겪었다. 그러나 유럽 고유의 최고 서비스로 쉐라톤과 같은 기존의 5성급 호텔을 제치고, 국제 명사들이 으레 투숙하는 명소로 자리 잡았다. 그러나 두어해 전부터 힐튼 호텔 철수설이 나돌았다. ‘국가가 디폴트를 선언한 마당에 남아 있을 외국 기업이 있겠느냐’는 사업 포기설이 설득력을 얻었다. 일자리를 잃게 될 호텔 노조의 불안감은 한때 노총을 술렁이게 했다.

힐튼·소네스타, 호텔 증설 경쟁

그러던 힐튼의 방향 전환은 호텔업 관계자는 물론 일반인도 놀라게 했다. 유명세도 있었지만 철수를 기정 사실로 알고 있던 힐튼이 반대로 호텔 증설을 계획하고 있다는 사실은 일반 시민들에게 경제에 대한 안도감을 보태주는 것이었다.

힐튼에 이어 미국 고급 호텔 체인 소네스타 그룹의 호텔 신축 계획이 발표되었다. 국제 시장에서 소네스타 그룹은 영국 힐튼 호텔 그룹과는 상대가 되지 않는 소규모 그룹에 불과하다. 전세계에 29개 호텔 체인을 갖고 있으며, 이중 15개를 직영 관리하는데 2003년 매출 규모는 8천5백만 달러였다. 규모 면에서는 상대가 되지 않지만, 최고급 서비스는 힐튼과 비교해 만만치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부에노스 아이레스에 첫 호텔을 지은 힐튼은 우수와이야(아르헨티나 남단의 관광 중심 도시), 이과수(이과수 폭포가 있는 곳), 멘도사(아르헨티나 북부 관광지)에 올 연말 개업을 목표로 약 1천3백만 달러를 투자하기로 했다.

소네스타는 올 연말에 부에노스 아이레스에 우선 호텔 2개를 짓고, 연차적으로 지방 관광 도시(로사리오·코르도바·멘도사·살타·이과수·카라페테) 등지에 추가로 호텔을 짓겠다고 발표했다. 소네스타는 아르헨티나 외에 앞으로 칠레·브라질 등에도 호텔을 짓겠다는 야심적인 사업 계획을 가지고 있다.

두 호텔 그룹의 사업 확장 계획은 경쟁적이지만 발표된 내용을 잘 살펴보면, 남미 전반의 경제 성장세는 경제 침체의 역동 현상이라는 일부 전문가들의 우려를 반영하고 있는 듯하다. 힐튼의 1천3백만 달러 투자 계획이나 소네스타의 부에노스 아이레스 호텔 건축 비용은 직접 투자가 아니라 현지 자본에 의한 것이라고 한다. 즉, 라이센스를 빌려주고 운영·관리를 맡지만 투자는 모두 자본에 의한 것이다. 호텔측은 앞으로 직접 투자도 고려하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일단 경영에 나서본 뒤 성과가 좋으면 그때 투자해도 얼마든지 승산이 있다는 계산인 것이다. 

이같은 사례는 지난 4월 말 부에노스 아이레스를 방문한 스페인 중소기업 시장 개척단의 경우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방문단에 속한 관광 업체들은 현지 투자가 모집을 공모한 바 있다. 현지 사정에 밝은 투자가들의 참여 유도는 시장 진출 전략으로 납득될 수 있지만, 한편으로 아르헨티나에 대한 외부 신뢰도가 아직은 높지 않다는 사실도 은연 중에 드러내고 있다.

지난 3월 아르헨티나 국립 조사통계국 발표에 따르면, 2005년 1월의 경제 성장률이 전년도 대비 9.1%에 달했고 2005년 예상 경제 성장률은 6~7% 선이었다. 그리고 관광 산업의 역할도 중요한 비중을 차지한 것으로 발표되었다. 아르헨티나는 지난 26개월 동안 연속적인 경제 성장을 기록했다. 아르헨티나 경제에 대해 줄곧 비판적이었던 미국 관리마저 최근에는 아르헨티나의 경제 회복 사실을 인정하고 있다. 그러나 일반 국제 투자가들은 여전히 망설이는 기색을 보인다.

직접 투자 없어 경제에는 큰 도움 못돼

 
사정이 이런데도 해외 투자가들이 아르헨티나 호텔 사업에 대해 유별난 관심을 보이는 까닭은 아르헨티나 페소화의 평가 절하(1 대 1에서 1 대 3으로), 유로화의 상승세, 그리고 이에 따른 달러 약세를 실질적 이유로 지적하고 있다. 이같은 국내외 여건으로 아르헨티나가 그 어느 나라보다 물가가 저렴한 국가가 되었다는 것이다(힐튼의 경우, 최고급 서비스가 포함된 하룻밤 숙박료는 평균 1백30 달러이다).

이밖에 미국의 까다로워진 입국 절차도 아르헨티나 관광 사업에 활기를 불어넣고 있다는 분석이 있다. 미국 관광을 선호했던 외국 관광객들(특히 남미 지역 관광객)이 아르헨티나에서 휴가를 보내게 되었다는 것이다. 한동안 동남아를 휩쓸게 했던 쓰나미의 영향도 거론된 바 있다. 그러나 최근 아르렌티나의 관광업 호황에는 안전 문제가 영향을 주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해석한다. 비록 아르헨티나 국민은 국내 치안 불안을 염려하고 있지만, 유럽 관광객들에게는 국제 테러단이 더 두려운 대상이라는 것이다.

아르헨티나의 호텔 전문가 아르투로 그라시아 로사는 “오늘날 5성 호텔은 최전성기를 맞고 있다. 아르헨티나가 페소화를 평가 절하했을 때 맨 처음 이득 본 쪽은 3성~4성짜리 비교적 저렴한 호텔이었으나, 지난해부터 부유층 외국 관광객이 늘어나면서 5성 호텔이 호텔업계의 스타가 되었다”라고 말했다.

관광 업계의 활기를 입증하듯, 단기 취업 교육 기관 등록자 수가 급증하고 있다. 부에노스 아이레스 시 취업 교육 기관장 그라시엘라 모르간은 호텔·요리·관광·기업 관리 분야 취업 희망자가 고르게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며, 이같은 단기 코스가 대학 교육보다 더 인기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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