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골이 심하면 인생이 ‘골골’
  • 오윤현 기자 (noma@sisapress.com)
  • 승인 2005.04.21 00:0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무기력증·정신 집중 장애·발기부전증 등 부작용 막심…잠버릇 바꾸거나 수술해야
 
사업을 하는 김 아무개씨(44)는 코를 심하게 곤다. 어찌나 요란한지, 그와 잠자리를 함께한 사람 중 열에 아홉은 ‘너 때문에 밤잠을 설쳤다’고 불평을 털어놓는다. 그러나 알마 전까지도 김씨는 코골이를 질병으로 생각하지 않았다. 자신이 불편을 느낀 적이 별로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들어 생각이 바뀌었다. 결혼을 앞두고 예비 신부로부터 괴로워 죽겠다는 소리를 듣자 고민에 빠진 것이다. 오랜 고민 끝에 김씨가 내린 결정은 간단했다. 수술을 받는 것이었다.
 
전문가 처지에서 보면, 조금 늦은 감이 있지만 그의 선택은 현명했다. 코골이(폐쇄성 호흡)가 인체에 주는 악영향이 한둘이 아니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에는 성생활에까지 영향을 미친다는 주장이 제기되었다. 카를 호프만 교수(독일 만하임 의과대학)가 이비인후과 전문 학회에서 ‘코를 고는 뚱뚱한 남성들은 산소 부족으로 무기력증과 정신 집중 장애를 호소하거나, 발기부전증을 겪게 된다’고 주장한 것이다. “코골이가 남성 호르몬 분비에 영향을 미쳐, 성욕 감퇴 같은 장애가 일어난다.” 호프만 교수의 설명이다.  
 
코골이는 잠버릇에서 비롯한다. 민양기 교수(서울대 의대·이비인후과)에 따르면, 사람이 잠에 취하면 교근(아래턱뼈를 움직이는 근육)이 이완되어 입을 벌리게 된다. 이때 코가 막혀 있으면 코골이를 한다. 또 혀 근육의 이완으로 코골이가 발생하기도 한다. 혀가 후하방으로 밀려나면서 코 뒤쪽과 입안 뒤쪽의 공간이 좁아지고, 그로 인해 입으로 들어가는 공기가 많아지면서 목젖이 울리게 되는 것이다.
 
재미있는 사실은, 반듯한 수면 자세로 알려진, 얼굴을 위로 향하고 누워 자는 자세가 실은 코골이를 하게 만든다는 점이다. “반듯하게 누워 자면 목구멍 속이 좁아져서 코골이가 심하게 된다. 따라서 코골이가 심한 사람은 옆으로 누워 자는 것이 좋다”라고 민교수는 말한다. 술을 마시고 자도 코골이가 심해진다. 점막이 부어서 진동이 더 심해지기 때문이다.    

코골이의 소음 수준은 70~80㏈로 전철이 왕래하는 지하철 역 구내의 소음과 비슷하다. 사람이 대화할 때 내는 소리의 크기가 평균 45㏈이니까, 한참 시끄러운 셈이다. 이같은 코골이 소음은 청력을 떨어뜨리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코 수술을 전문으로 하는 서울 하나이비인후과가 코골이 및 수면 무호흡증 환자 64명의 청력을 조사한 적이 있다. 그 결과 28.2%의 환자에게서 난청 조짐이 발견되었다. 정도광 원장은 “소음에 가까운 코골이 소리가 밤새 귓속의 감음 기관을 자극해서 고장을 내기 때문인 것 같다”라고 추정했다. 

 코 고는 어린이, 정상 어린이보다 학업 능력 떨어져

코골이의 기본 주파수는 약 130㎐, 지속 시간은 평균 1.4초이다. 그런가 하면 휴지 시간은 2.4초이다. 휴지 시간이란 코를 골다가 멈추는 시간을 말하는데, 이 시간이 길어지면 수면 무호흡증 증세가 나타나기도 한다. 간혹 코를 골다가 ‘컥’ 하고 숨이 막혀 한동안 숨을 못 쉬는 사람을 본 적이 있을 것이다. 그리고 20~30초 동안 숨을 쉬지 않고 있다가 갑자기 ‘후~’하고 숨을 몰아쉬는 사람도 보았을 것이다. 이런 사람들은 대부분 수면 무호흡증 환자이다.
 
어린이들도 더러 코를 곤다. 문제는 아이들의 경우 그 후유증이 더 심각하다는 점이다. 독일 수면의학총회 자료에 따르면, 코를 고는 어린이의 학업 성적은 그렇지 않은 어린이에 비해 2분의 1또는 3분의 1로 떨어진다. 독일 초등학교 3학년 학생 1천1백 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매일 밤 코를 고는 아이들의 48%가 하위 성적 그룹에 속했다. 반면 코를 골지 않는 아이들은 16%만이 그 그룹에 속했다.
 
코를 고는 어린이 중 일부는 숙면을 취하지 못해, 수면 장애와 영양 장애 등에 시달리기도 한다. 또 쉽게 우울해지거나 매사에 흥미를 잃기도 한다. 코골이는 주로 비만형과 목이 굵은 사람에게서 발생하는데, 30~35세 남성 5명 가운데 1명 정도가 그에 속한다(여성은 20명 가운데 1명꼴). 코골이는 체중 조절이나 잠버릇 개선 등으로 치유할 수도 있지만, 그것이 어려우면 콧속을 넓히는 수술을 받아야 한다.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