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에서 움튼 '원조 웰빙'
  • 김은남 기자 (ken@sisapress.com)
  • 승인 2005.01.3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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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상의 역사/인도는 요가, 중국은 기공수련, 한국은 단학
명상의 세계에 발을 들여놓는 순간 당신은 밤 하늘의 별만큼이나 헤아릴 수 없이 많은 명상법을 접할 것이다. 이중에서도 세계적으로 가장 널리 알려진 명상법을 꼽으라면 역시 요가이다. 인도에서 탄생한 요가는 지난 몇 천 년간 명상법의 절대 지존으로서 그 권위를 인정받아 왔다.

요가가 탄생한 시기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2만년설이 있는가 하면, 5천년설도 있다. 어찌 되었든 고대 인더스 문명의 유적지인 모헨조다로에서 발굴된 인장(印章)에는 요가에서 좌식 수행을 하는 듯한 자세를 취하고 있는 시바 신(神) 문양이 들어 있다. 이 인장은 기원 전 2500년 무렵의 작품으로 추정된다.

요가는 ‘묶다’라는 뜻의 동사 ‘유즈(yuj)’에서 파생한 단어이다. 고대 농경 사회에서 말이나 소를 멍에 또는 말뚝에 묶을 때 쓰던 말이 ‘유즈’였다. 여기에서 파생한 요가는 서로 분리되어 있는 브라만(brahman:우주의 원리)과 아트만(atman:개인의 원리)을 한데 묶는다는 뜻으로 쓰이게 된다. 육체나 감각 기관을 억제하고 마음을 한 곳에 집중해 우주와의 합일, 곧 범아일여(梵我一如)의 경지에 이르는 것이 요가 수행자의 궁극적인 지향점이다.

동북아시아에서 탄생한 대표적인 명상법으로는 기공 수련이 손꼽힌다. 요가와 마찬가지로 기공 수련이 언제 시작되었는지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설이 엇갈린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춘추전국 시대 노·장(老莊)을 추종하던 도가의 무리에 이르러 비로소 기공 수련이 체계화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이들은 불로장생을 추구하면서 여러 가지 호흡법이나 도인술을 계발하고 익히는 데 주력했다.

기(氣)를 다스린다[功]는 뜻의 기공 수련은 내용상으로 크게 성공(性功:정신 수양)과 명공(明功:신체 단련)으로 나뉜다. 기공 수련은 또 형태상으로는 정공(精功:서거나 앉거나 누워서 하는 수련)과 동공(動功:걷거나 뛰면서 하는 수련), 작용상으로는 경공(硬功:무공 연마나 차력 같은 강한 공법)과 연공(軟功:병 치료나 체조 같은 부드러운 공법)으로 나뉜다.

원래 불로장생을 추구하는 데서 출발한 이같은 명상법은 중국인 특유의 현세 중심적 사고관을 반영한다고 박 석 상명대 교수(미래사회와 종교성 연구원장)는 설명한다(<박 석 교수의 명상 길라잡이> 도솔). 사후 영생·신인(神人) 합일이나 윤회로부터 벗어나는 등 초월적 경지를 갈망하기보다는 현실 세계에서 잘 살기 위해 생명력을 기르는 것[養生]이 이들 중국인의 주된 관심사였다.

중국의 기공은 한국으로 넘어와 단학으로 체계화했다. 단학의 뿌리는 불로장생할 수 있는 약을 찾기 위해 연단술(鍊丹術) 개발에 몰두했던 춘추전국 시대 신선가들로 거슬러올라간다. 이렇게 만들어낸 단약이 중금속 중독 등 각종 부작용을 일으키자 후대 사람들은 외단(外丹)에 대한 집념을 버리고 자기 몸 안에 있는 단을 개발하는 내단(內丹) 수련 쪽으로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

내단 수련은 조선 시대 일부 지식인 계층을 중심으로 발전했다고 학계는 보고 있다. 그 전까지만 해도 한국에 수입된 도교는 유·불·선이 혼합된 일종의 관방 도교(국가가 공인한, 종교 조직을 갖춘 도교)적 성격이 강했다. 신라 시대의 화랑도, 고려 시대의 재초(도교 제사) 행사가 대표적이었다.

“단학의 종주국은 한국이다”

그러나 조선 시대에 이르러 관방 도교가 급속히 쇠락하면서 상황은 바뀌었다. 관방 도교에 몸 담고 있던 인물과 그밖의 지식인 일부는 개인적 수련에 방점을 둔 내단 수련 쪽으로 관심을 옮기기 시작했다. 그 뒤 일제 시대를 거치며 간신히 명맥을 이어온 단학은 1980년대 들어, 우리 것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던 사회적 분위기와 맞물려 극적으로 부활했다.

현재 단학을 내세운 수련 단체는 국선도·단월드·수선재 등 수십 곳에 달한다. 이들 단체는 국내에서 수련 중인 단학 인구만도 100만 명에 달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여기에 힘입어 단학 대중화 및 국제화도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흥미로운 것은, 이들 단체 거개가 한국이 단학의 종주국임을 주장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들은 단학이 중국에서 전래했다는 설에 대해 이의를 제기한다. 단학의 원산지는 본래 우리 나라인데, 이것이 중국으로 건너갔다가 다시 역수입되었을 뿐이라는 것이다. 단군이 실존 인물임을 주장하는 이들은, 단군 왕조 때에 단학이 집대성되고 널리 보급되었다고 주장한다. 그런데 고려 묘청의 난 이후 김부식을 위시한 유교 사대주의자들의 탄압에 의해 한동안 그 맥이 끊기고 말았다는 것이다. 이런 주장이 사실인지 아닌지는 아직 충분히 검증되지 않은 상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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