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밍아웃 용기 안고 정치 속으로
  • 노순동 기자 (soon@sisapress.com)
  • 승인 2004.09.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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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적극적으로 소수자를 위한 활동을 하고 있는 곳이니까요.” 탤런트 홍석천씨(33·사진 왼쪽)가 민주노동당에 가입했다. 지난 대선 때 열린우리당을 공개적으로 지지했으니, 지지 정당을 바꾸었느냐는 말이 나올 법하다. 하지만 홍씨는 민노당이라는 틀보다는 구체적인 마당을 먼저 보아 달라고 말한다. 처음으로 당내에 성적 소수자 문제를 고민하는 부문 위원회(성소수자위원회)가 생긴 곳이 민노당이고, 그 곳의 권유를 받아들였을 뿐이라는 것이다.

홍씨는 “여전히 노대통령을 지지하고, 열린우리당을 사랑한다. 하지만 실천할 마당이 마련된 곳에서 활동하는 것 또한 필요한 일이다. 좀더 큰 정당이 관심을 보였다면, 자연스럽게 활동이 이어졌을 것이다. 나의 관심은 정치가 아닌 성적 소수자 문제이다”라고 말했다.

민노당은 얼마 전 한 당직자가 동성애를 비하하는 발언을 해 구설에 오른 적이 있다. 이에 대해서도 홍씨는 담담하다. ‘민노당 또한 한국 사회인 만큼, 동성애에 대한 차별적인 시선에서 자유롭지 못한 것이 당연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동시에 가장 적극적이고 실천적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은 곳이기도 하다는 것이 홍씨 판단이다.

홍씨는 지난 여름 뮤지컬 <토요일 밤의 열기> 공연으로 바쁘게 지냈고, 가을부터는 공중파 드라마를 통해 한층 친근한 모습을 선보일 예정이다. 하지만 여전히 조심스럽다. 커밍아웃 이후 방송 활동에 재갈이 물렸듯이, 혹시나 당적을 가진 연기자에 대한 ‘무작정 비토’가 쏟아지지 않을까 걱정스러운 것이다. 연기도, 인권 활동도 포기할 수 없는 중요한 일이라는 그는 “한국 사회가 그동안 더 성숙해졌을 것이다”라고 기대 섞인 진단을 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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