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3-1로 ‘4강 역사’ 쓴다
  • 손장환 (<중앙일보> 체육부 차장) ()
  • 승인 2003.03.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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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화 청소년축구 감독, 안정 위주 포메이션으로 세계대회 출사표
3월25일 아랍에미리트 연방의 두바이에서 세계 청소년(20세 이하) 축구선수권대회가 열린다. 세계청소년축구대회는 여러 모로 한국과 인연이 깊다. 1983년 제4회 멕시코 대회에서 한국은 기적과 같은 ‘4강 신화’를 이룩했고, 1991년 포르투갈 대회에서는 남북 단일팀이 참가해 8강 진출을 이룩했다. 그런가 하면 1997년 말레이시아 대회에서는 브라질에 3-10으로 대패해 국제적인 망신을 당하기도 했다.





한국은 2003년 아랍에미리트 대회에 또다시 출전한다. 아시아 1위 팀의 자격으로. 그리고 목표는 다시 ‘4강’이다. 20년 전 4강 진출은 말 그대로 ‘신화’였다. 그러나 이제는 성인 국가대표팀이 월드컵에서 4강에 오른 나라의 청소년 대표다. 4강 목표가 전혀 허무맹랑한 것이 아니라는 말이다.
최성국(울산 현대)·정조국(안양 LG)·김동현(한양대) 등 최전방을 책임지는 스트라이커, 빠른 발을 가진 이종민(수원 삼성), 허리에 두텁게 포진되는 김수형(부경대)·권 집(쾰른)·여효진(고려대) 등 멤버는 역대 어느 청소년 대표팀에 비해서도 뒤떨어지지 않는다. 다만 청소년 대표팀은 아직 완성된 팀이 아니기 때문에 상대나 분위기에 따라 플레이가 들쭉날쭉할 수 있다.


박성화 감독이 강조하는 것은 ‘체력’과 ‘안정성’이다. 체력은 한국 축구의 ‘화두’가 된 듯하다. 거스 히딩크 감독이 성인 대표팀을 맡아 과학적이고 장기적인 체력 훈련을 실시해 월드컵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자, 국내 지도자들이 새로운 개념의 체력에 눈을 뜨게 되었다.


박감독은 2월 중 잉글랜드 전지 훈련을 다녀온 뒤 포메이션에 변화를 주었다. 기존 4-4-2에서 4-2-3-1로 바꾼 것이다. 박감독은 이 포메이션으로 세계선수권에 대비하겠다고 한다. 다분히 안정성을 염두에 둔 포석이다. 핵심은 수비형 미드필더 2명이다. 4명이 포백을 이루고 있지만 수비형 미드필더까지 수비에 가담한다. 6명이 수비를 하는 셈이다. 박감독은 이들 수비형 미드필더에게 수비와 게임메이커 역할까지 요구한다. 상대 공격의 예봉을 차단하는 임무에다 공격 때는 템포를 조절하고, 한번에 전방으로 찔러주는 패스를 하라고 요구하는 것이다. 박감독은 “사실상 수비형 미드필더가 팀의 리더다. 4강에 들기 위해서는 올라운드 플레이어가 돼야 한다”라고 주문한다.





이런 형태는 자칫 수비 중심이 되어서 움츠러들 가능성이 있다. 전체 진영을 3단계가 아닌 4단계로 배치하는 것은 프랑스와 브라질 등이 즐겨 사용하는 라인이다. 그러나 4단계로 하더라도 역시 최전방과 최후방의 거리는 일정해야 한다. 콤팩트 축구가 병행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수비에 치중하다 보면 최전방 공격수와의 거리가 멀어질 수 있다. 그렇다면 효율적인 공격이 이루어질 수 없다. 게임이 풀리지 않으면 다시 ‘뻥 축구’가 부활할 수도 있다.


최성국을 위한 맞춤형 전략 세워


청소년 대표팀은 지금까지 정조국·김동현을 투톱으로 운용해 왔다. 그러나 이것도 박감독은 원톱과 처진 스트라이커 체제로 바꾸었다. 이는 최성국을 위한 맞춤형 전략이다. 잉글랜드 전지 훈련 결과 정조국과 김동현이 자주 겹치고, 왼쪽 윙 자리의 최성국이 자꾸 안으로 치고들어가면서 중복되는 현상이 생겼기 때문이다. 박감독은 “최성국은 최고의 테크니션이다. 그를 살리기 위해서는 결국 중앙으로 위치를 바꿔야 한다”라고 말했다. 즉 최성국을 처진 스트라이커로 놓고 정조국과 김동현 중 한 사람을 원톱으로 활용키로 했다. 최성국은 상대 수비를 흔들어 놓는 역할과 골을 넣는 스트라이커 역할을 함께 부여받았다.


한국은 독일·미국·파라과이와 F조에 편성되었다. 지난해 유럽청소년선수권에서 준우승한 독일의 전력이 가장 앞서고, 나머지 세 팀이 16강 진출권 한 장을 놓고 다투리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독일은 아르헨티나·스페인과 함께 강력한 우승 후보다. 엔트리 23명 중 17명이 분데스리가 1부 소속이다. 한국은 첫 상대인 독일과 비기기만 해도 16강에 오를 가능성이 높다. 미국은 북중미 예선에서 캐나다에 이어 2위를 했다. 탄탄한 조직력이 장점이지만 뒷심이 달리고 수비가 약하다. 파라과이는 남미 최종 예선에서 아르헨티나·브라질과 비겨 무패(2승3무)로 본선에 올랐다. 주전 11명 중 6명이 한 팀 소속이어서 조직력은 뛰어나지만 수비가 엉성하다.


한국이 미국과 파라과이를 잡고 16강에 오른다면 그 다음부터는 토너먼트다. 한 게임 한 게임이 결승전이다. 집중력이 흐트러지지 않아야 하고, 운도 따라주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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