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호 “체인지업 새 맛을 보여주마”
  • 민훈기(<스포츠조선> 포트샬럿 특파원) ()
  • 승인 2002.04.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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텍사스 팀 에이스로 개막전 선발 등판…막강 타선 업고 ‘20승 고지’ 첫발
4월2일, 오클랜드의 뉴웍 어소시에이츠 콜럿시움에서는 매우 중요한 야구 경기가 열린다. 지난 8년간 내셔널 리그(NL)의 LA 다저스에 몸담았던 박찬호(29)가 아메리칸 리그(AL)의 텍사스 레인저스로 옮겨 데뷔전을 치르는 것이다. 특히 메이저리그(MLB) 도전 8년 만에 당당히 팀의 에이스 자격으로 개막전에 선발 등판하는 박찬호가, 같은 조 라이벌인 오클랜드 에이스와 어떤 경기를 펼칠지 벌써 모든 팬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스프링 트레이닝이 종반을 치닫는 가운데 박찬호는 그 어떤 해보다 알차게 훈련을 치렀다. 그리고 새로운 환경에서 많은 변화를 겪었지만 박찬호의 자신감은 그 어느 때보다 확고하다. 팀 동료들의 신뢰도 대단하다. 마찬가지로 레인저스 타선에 대한 박찬호의 신뢰 또한 깊다. 그럴 수밖에 없다. 알렉스 로드리게스(2001년 52홈런 1백35타점)·라파엘 팔메이로(47홈런 1백23타점)·후안 곤잘레스(35홈런 1백40타점)로 이어지는 클린업 트리오는 미국 메이저 리그 최강급이다. 박찬호는 10년 연속 골든글러브를 수상한 최고의 올라운드 포수 이반 로드리게스와도 착실히 호흡을 맞추어가고 있다. 다저스 시절처럼 타선 지원이 따르지 않아 패하거나, 승리를 놓치는 일은 많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박찬호 자신도 많이 발전했다. 훈련 시스템을 허리에 부담을 주지 않는 실용적인 쪽으로 바꾸었다. 무엇보다 전설적인 강속구 투수 놀란 라이언(55)과의 만남에서 얻은 것이 많다. 자신이 지금까지 해온 훈련이나 노력이 라이언의 현역 시절 그것과 너무 흡사해 놀라면서도 뿌듯함과 자신감을 느꼈고, 실전에 적용하면 큰 힘이 될 세트 포지션에서의 투구 동작도 배웠다. 신임 투수 코치인 오스카 아코스타의 공격적인 투구 자세도 박찬호를 적극적으로 변화시키고 있다.


즐비한 강적·홈구장 무더위 등 ‘복병’ 이겨내야


박찬호는 스프링 캠프에서 기술적으로 큰 변화를 주지는 않았으나, 체인지업 완성에 몰두했다. 그리고 슬로 커브를 되찾기 위해서도 애썼다. 과거 구속이 140km까지 나와 직구와 큰 차이가 없었던 체인지업의 스피드를 130km대 초반으로 떨군 것은 큰 소득이라고 볼 수 있다. 시범 경기에서 자주 실험해본 낙차 큰 슬로 커브도 아메리칸 리그 타자 공략에 큰 효과를 거두리라 기대할 수 있다. 아직 직구가 150km에 겨우 다다른 것이 불안하다는 의견도 나오지만, 점점 구속을 끌어올리고 있는 데다, 공의 움직임이 훨씬 심해져서 큰 문제가 없어 보인다.




물론 박찬호에게 장밋빛 미래가 보장된 것은 아니다. 레인저스가 속한 아메리칸 리그 서부 조에서 지난 시즌 1백16승을 거둔 시애틀 매리너스와 1백02승을 거둔 오클랜드 에이스는 결코 만만치 않은 상대다. 시애틀의 프레디 가르시아와 제이미 모이어, 오클랜드의 허드슨·멀더·지토로 이어지는 영건 3인방, 애너하임의 애런 실리와 케빈 아피어 등 뛰어난 투수들과의 맞대결들이 줄지어 기다리고 있다. 레인저스의 알링턴 볼 파크는 타자들에게 유리한 구장으로 유명해 ‘다저스타디움에서만 강했다’는 오명을 씻기 위해서는 힘든 도전이 예상된다. 여름이 5개월이나 계속되고, 7∼8월이면 40°C가 넘는 날들이 다반사라는 알링턴의 폭염을 극복하는 것도 쉽지 않은 과제다.


가장 중요한 것은 박찬호의 정신 자세다. 과연 ‘에이스’라는 중압감을 어떤 식으로 견뎌내고 투수진을 선두에 서서 이끌어 갈 수 있는가도 마운드에서의 활약만큼이나 중요하다. 박찬호는 “결과에 연연하지 않고, 공 한 개 한 개를 최선을 다해 던진다는 자세로 시즌에 임하겠다”라고 담담히 말하고 있다.


4월에 박찬호와 레인저스는 같은 조 라이벌들과의 19연전으로 시즌을 시작한다. 레인저스의 2002년 시즌 성패가 초반 계속되는 라이벌전에 달려 있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4월 경기는 중요한 의미를 띤다. 물론 박찬호에게도 4월 성적이 올 시즌 농사를 판가름하게 될 가능성이 높아 시작부터 강인한 투혼이 요구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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