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 봇물 터진 금가루 상품, 만병통치인가
  • 오윤현 기자 (noma@e-sisa.co.kr)
  • 승인 2001.12.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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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가루 회 · 삼겹살에 팬티 · 콘돔까지 나와…
만병통치는 "사실 무근"
회사원 김 아무개씨(31·여)는 얼마 전 서울 강남에 있는 한 횟집에서 각별한 체험을 했다. 소문으로만 듣던 금가루 회를 직접 맛본 것이다. 그는 "회 위에 얹힌 금가루는 얇고 작아서 별 느낌 없이 목구멍으로 넘어갔다. 그러나 두어 점밖에 먹을 수 없었다"라고 말했다. 쇳내가 나는 것 같아 비위가 상했다는 것이다.




금(원소 기호 Au)을 바르거나 섞은 음식을 즐기는 사람이 늘고 있다. 그러나 김씨처럼 비위가 상해 못 먹겠다고 말하는 사람은 드문 것 같다. 금가루 제품이 점점 더 늘어나고 있으니 말이다. 금가루 제품은 1990년대에 처음 등장했다. 금가루를 바른 회와 김밥이 물꼬를 텄고, 그 뒤를 금가루 케이크·커피·수프·술·삼겹살이 줄을 이었다. 최근에는 금가루 비누·팬티·콘돔까지 선보였다. 지난 11월 말에는 한 업체가 굴비에 금가루를 발라 팔려다가 식품의약안전청(식약청)으로부터 불허 판정을 받기도 했다.


금가루를 바르거나 뒤섞은 제품의 선전 문구만 놓고 보면 금가루는 마치 만병통치약 같다. 업체들은 관절염·피부 노화·신경통·순환기 질환에 좋고 피부를 깨끗이 한다고 주장한다. 피로 회복과 해독이 잘 되고, 심지어 암에도 효과가 있다고 광고하는 업체까지 있다.


전문가들의 생각은 다르다. 그들은 업체의 주장이 대부분 과장되었다고 말한다. 최영호 교수(경희대·본초학)는 한방에서 금을 간질이나 풍증을 치료하고 해독하는 데 이용하고 있지만 "임상을 통해 확인된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최교수에 따르면, 〈동의보감〉과 〈본초강목〉 등은 금이 심신 안정·해독·신경통 등에 효과가 있다고 전한다. 그렇지만 현대에 와서 약리학적으로 검증된 적은 없다. 최교수는 오히려 양기가 허한 사람이 금을 많이 섭취하면 해를 입을 수도 있다고 경고한다.


이 때문에 금가루 사용은 엄격하게 제한되고 있다. 금은 식약청이 허가한 1백77개 식품 첨가물 가운데 유일한 금속이다. 식약청이 펴낸 〈식품청과물 공전(公典)〉에는 주류와 과자류에만 순도 94.4% 이상 되는 금을 사용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어패류나 식육 같은 천연 식품에는 첨가물로 사용할 수 없는 것이다. 천연청과물과 이영자 연구관은 "변질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니까 회나 삼겹살에 금을 바르거나 섞어서 파는 행위는 모두 불법인 셈이다.


금 바른 어패류·식육 팔면 불법


사람의 몸은 지속적으로 철분·칼슘·구리·크롬·망간 따위 금속을 필요로 한다. 반면 카드뮴이나 납은 극소량만 섭취해도 인체에 무척 해롭다. 금이 어느 쪽에 속하는지 아직 밝혀진 바 없다. 식약청과 의학자들은 소량의 금은 영양이나 건강에 아무 상관이 없다고 말한다.


그렇더라도 금은 분명 먹는 것보다는 몸을 장식하고 물건을 더 아름답게 꾸미는 데 유용한 금속이다. 참고로 금은 금속 가운데 가장 전연성(展延性)이 뛰어나다. 예를 들어 금 한 돈을 1㎛ (10000분의 1㎜) 두께로 펴면 5평짜리 방을 빈틈없이 도배할 수 있다. 그리고 사람 몸 안에 들어가면 고스란히 배설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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